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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 거주하는 동안 아프리카에는 호모 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즉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태어났다. 해부학적 현생인류라 함은 인간 화석이 현생인류의 변이 가능 범주에 드는 경우를 말한다. 이 진화 과정은 약 20만 년 전에 나타나는데 유럽에서의 이 시기를 중기구석기시대Mittelpaläolithikum라고 부르고, 아프리카에서 이 시기는 중기석기시대Middle Stone Age라고 부른다. 중기구석기시대Mittelpaläolithikum는 유럽 선사 시대의 한 시기를 이르는 말이고 중기석기시대Middle Stonge Age는 아프리카 선사시대의 한 시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유럽에서 구석기를 전기, 중기, 후기구석기시대(Alt-, Mittel-, Jungpaliolithikuml)로 나누는 데 반해 아프리카에서는 이와 구분하기 위해 석기시대를 전기, 중기, 후기 석기시대(Early, Middle, Later Stone Age)로 나눈다. 오랫동안 에티오피아에서 나온 인간 화석이 현생인류로 간주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증거물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화석은 약 19만 5000년 전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후 남아프리카 플로리스배드에서 이보다 훨씬 더 앞선 25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연대 추정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동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대륙 남부와 서부로 퍼졌다고 하는 지금까지의 가설을 뒤흔들어놓을 것이다. 약 10만 년전 아프리카 호모 사피엔스 유골에 대한 최근 유전자 연구 덕분에 현생 인류를 여러 하플로 타입(특정 염색체에 따라 현생인류 집단을 분류하는 것) 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구분에 따르면 세 그룹이 형성되는데 이 그룹들은 각각 남아프리카,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 동아프리카에 집중적
으로 퍼져 있었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구대륙의 다른 지역으로 진출한 것은 늦어도 10만 년 전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동아프리카와 북동 아프리카에서 홍해를 거쳐 아라비아반도로 나아갔고 계속해서 근동아시아를 지나 아랄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중앙아시아 초원으로 진출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약 7만5000년 전이었다. '아프리카 밖으로 out of Africa 나가는 길은 에리트레아에서 아라비아 남부로 나가는 경로와 이집트를 거쳐 시나이반도로 나가는 경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났던 시점은 빙기의 도래와 일치한다. 빙기에 상당량의 물이 얼어붙으면서 빙모를 형성했다.
그 결과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크게 낮아졌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던 곳이 육로로 연결되었다. 이 시기 홍해 해수면은 오늘날보다 약 70미터 아래 있었다고 한다. 한때 극복할 수 없는 장애였던 것이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길로 거듭났던 것이다.
이후 아라비아반도에서 바닷가 해안을 따라 동남쪽을 향해 이주의 행렬이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동남쪽 방향으로 진출한 이유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즉 초기 인류는 더 유리한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 다시 말해 고향인 아프리카와 되도록 유사한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을 찾았기 때문이다. 북쪽의 더 추운 지역으로까지 진출한 것은 나중 일이었다. 고인류는 이란을 거쳐 인도아대륙으로 그리고 거기에서 동남아시아로 나아갔는데 이 시기는 약 7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당시 동남아시아에서는 플라이스토세 빙기로 인해 해수면이 낮아져 오늘 과는 완전히 다른 지형이 형성되어 있었고 따라서 이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열도는 말레이시아 및 타이과 함께 학계에서 순다라고 부르는 하나의 커다란 아대륙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대륙은 남쪽에 연이어 있는 사흘 대륙과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다.
사훌 대륙은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및 인접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초기 호모 사피엔스는 당시 순다에서 이 해협을 건널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약 5만 년 전(유럽을 차지하기 약 1만 년 전) 에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최초의 이주 행렬은 아라비아반도와 인도를 거쳐 순다반도와 남쪽의 사흘 대륙까지 나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연구 결과는 이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세계 다른 곳에서는 유사성을 찾기 힘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애버리지니의 DNA가 인도인 DNA와 부분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고대 유전자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따라서 이런 연구 결과를 평가할 때는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서남쪽, 즉 순다반도에서부터 태평양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다다르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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