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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까?

동물의 왕국에서 동물과 함께 살면서 빠르게 달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 사람들에 관한 많은 일화들이 있다. 예를 들어, 1963년에 스패니시 사하라spanish Sahara(1975년 이전에 서부 사하라를 부르던 지명옮긴이)에서 프랑스 인류학자 장클로드 아르망Jean-Claude Armen이 관찰한 이른바 '가젤 소년 gazelle boy' 에 관한 이야기도 그중 하나이다.

 

차를 타고 가던 그는 가젤들 틈에 끼어 자란 소년, 즉 가젤 소년이 시속 34마일(55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는 것을 보고 뒤를 쫓아갔다.

 

아침산책으로조깅하는여성
아침산책으로조깅하는여성

 

이런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쳐다보는 가운데, 소년은 자기를 길러준 가젤처럼 우아한 몸짓을 하며 성큼성큼 달렸다.

 

아마도 이 일화는 거짓이거나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며, 그런 속도가 실제로 입증된 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짐승들에 의해 길러져서 그 종의 생존 양식에 적응하게 된 아이들에 관한 사례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만일 아르망이 그 소년의 속도를 제대로 측정한 게 맞다면, 그 소년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달렸다고 알려진 사람보다도 더 빨랐던 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간의 가장 빠른 달리기 기록은 시속 28마일 (45킬로미터)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다른 많은 동물 종에 비하면 느린 편에 속한다. 

 

치타는 시속 70마일(113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고, 말은 시속 43마일(69킬로미터)로 인간보다 우월하다. 그리고 육중하고 둔한 고릴라조차도 반 마일 이상 달리면서 시속 30마일(48킬로미터)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의 강점은 지구력이기 때문에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인간이 말을 이길 것이다. 1980년 이래로 해마다 웨일즈에서는 인간과 말의 마라톤 시합이 개최되었고 주자들, 사이클 선수들 그리고 말들이 경사진 들판을 가로지르며 마라톤보다 조금 짧은 거리에서 경주를 펼쳐왔다.

 

2004년에 휴롭Huw Lobb은 40마리의 말과 500명의 주자들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발로
달려 종합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그의 완주 시간은 2시간 5분 19초로서 1등으로 들어온 말보다 2분이나 앞선 훌륭한 기록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은 누구일까? 육상계의 정의에 따르면 세계 육상 선수권대회나 올림픽 대회에서 남자 100미터 종목을 우승한 이가 가장 빠른 사람에 해당한다. 여기서 거리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100미터 경주를 세 단계 혹은 네 단계로 나눈다. 처음 30~40미터 구간은 가속 단계, 그다음 20~30미터 구간은 최고 속도 단계, 그리고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나머지 구간은 속도가 줄어드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와 90년대에 미국의 칼 루이스에게 종종 쏟아졌던 찬사는 바로 이것이었다.

 

"저 마지막 질주 모습을 봤는가!" 이 말은 그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마지막에 속도를 덜 떨어뜨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출발 직후를 추가적인 단계, 이른바 반응 단계로 분류하는 경우도 흔하고, 결승선에 도달하는 맨 마지막 단계를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 두 단계 모두 최종적인 결과에 매우 중요하다.


이론상 경주에서 최고 속도를 낸 주자가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가 비록 순간 속도가 가장 빨랐다 해도 가속 단계와 마무리 단계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속도가 늦어진다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최고 속도와 최종 결과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100미터 달리기에서는 최고 속도를 낸 선수가 승리를 거
둘 것이 사실상 확실시된다.


실질적으로 최고 속도는 오직 2, 3초간만 지속되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어렵다. 구르는 바퀴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지만, 100미터를 질주하는 내내 팔과 다리를 심하게 흔들어대는 사람의 경우에는 측정이 훨씬 어렵다. 캐나다의 도노번 베일리Donovan Bailey가 1997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9.87초의 기록을 세웠을 때, 설득력 있는 측정 결과가 제시된
적이 있다. 당시에 그는 초속 12.1미터, 즉 시속 27.27마일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기록했다.


2008년 시즌까지 총 16개국 55명의 남자 선수들이 100미터에서 뒤바람의 영향 없이 10초의 벽을 깨뜨린 것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 그중에 백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의 국적은 아프리카, 유럽, 카리브 연안, 북아메리카 등 다양하지만,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현재 국적과 상관없이 서아프리카의 혈통을 타고난 선수들이었다. 그들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이거나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의 후손들이며, 단일 인종도 있고 혼혈 인종도 있다.

 

그 단 한 명의 예외는 호주의 패트릭 존슨 Patrick Johnson으로 그의 아버지는 아일랜드인이고 어머니는 호주 원주민이다. 폴란드의 백인 주자 마리온 보로닌Marion Woronin과 일본의 이토 고지가 근접한 선수들인데, 그들의 기록은 둘다 10초 플랫이다.


백인 선수가 공인된 풍속 조건하에서 단 한 명도 10초의 장벽을 깨지 못했다는 것은 그저 우연일까? 확실히 심리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겉모습에서 생겨난 커다란 선입견이 서아프리카 흑인들이 전 세계의 나머지 사람들보다 정말로 더 빠른지에 관한 논쟁을 부추겨왔다. 통계만 보면 사실 서아프리카 흑인들이 빠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예언적 요소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백인 소년 소녀들은 흑인 주자들이 단거리 종목에서 우월하다는 얘기를 늘 듣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단거리 말고 다른 종목을 선택해 겨루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800미터 이상의 달리기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낸 흑인 주자들은 거의 없다. 서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도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장거리 달리기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인구 대비 세계정상급 단거리 선수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미의 자메이카이지만, 자메이카는 800미터 이상의 종목에서 최고 수준의 주자들을 배출한 적이 없다.

 

자메이카는 인구가 260 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국제 대회 단거리 종목 결승전에 남녀 선수들이 거의 언제나 단골로 출전한다.

 

이에 덧붙여, 많은 자메이카 선수들이 미국, 캐나다, 영국 등지로 이민을 가 단거리 종목에 그 나라 대표선수로 출전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은 낯선 나라로 가 낯선 환경에서 훈련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상의 위치에 도달한다. 반면, 1만 미터를 30분 이내의 기록으로 주파한 자메이카 선수는 딱 2명 뿐이며, 자메이카의 여자 선수들도 비슷한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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